함흥 본당(함흥교구)

성사를 부탁한 일본인 신자

1913년, 함흥으로 이사해 온 일본인 신자가 있었다.

그는 원사 본당의 프와요 신부에게 여러 번 간청했다.

“저와 제 부인에게 성사를 주러 와주시길 부탁합니다.”

1년 뒤 프와요 신부가 함흥에 도착했다. 그의 눈에 비춰진 것은 그곳에 있는 10여 명의 신자들. 이에 그는 함흥 공소를 설치한다.

이후 원산 본당의 신부들이 꾸준히 함흥 공소에 방문했다.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기 위함이었다.

신앙생활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

1927년, 함흥 공소는 본당으로 승격됐다.

초대 주임 노이기르크 신부는 성당으로 사용할 부지와 가옥을 매입했다.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의 거주지 사이에 위치한 한옥이었다.

겉보기 매우 초라했다.

그는 생각했다. 선교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간의 개선’이 시급했다. 성당 신축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의 결과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1929년 덕원 수도원으로 전임된 것이다. 그의 후임으로 브란들 신부가 부임했다.

안정기에 접어드는 본당

브란들 신부는 앞서 못 다한 성당 신축을 이어갔다. 그는 1,100여 평에 이르는 성당 부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1931년,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해 예수 성심회를 조직했다.

4대 주임 콜러 신부는 사제관을 새로 건립했다. 또한 본당 내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분원을 설치, 예수 성심의원 또한 개원한다.

신부들의 노력 아래 본당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시대가 정한 흐름

그러나 시대는 그들의 노력을 도와주지 않았다.

일제 식민 아래 일본군에 의한 고통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고통이 다가왔다. 수많은 위기들에 봉착했다. 소련 군대가 사제관을 점령했다. 어려움은 계속 됐다.

1948년 이후, 북한 공산 정권의 교회 탄압이 더욱 거세졌다.

더 이상의 사목 활동은 불가능했다.

예정된 비극이었을까. 콜러 신부가 함흥 본당의 마지막 신부가 됐다.

본당의 유지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