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강진 본당(평양교구) 

얼어붙은 땅에 전해진 복음의 손길

최저 기온 영하 43.6℃. 혹독하게 얼어붙은 최북단의 땅, 평안북도 중강진. 매서운 눈보라가 걷혔다. 얼어붙은 땅에도 어느덧 따스한 복음의 손길이 전해졌다.

1925년. 얼어붙은 압록강에 썰매를 타고 중강진에 선교를 내려온 신부들이 있었다. 패트릭 번 신부와 존 모리스 신부. 그 외 조셉 캐시디 신부, 김상옥 토마스 전교사, 조셉 헌트 등이 전교 활동을 벌였다.

1926년 신의주. 패트릭 번 신부는 백 레지나에게 세례의 손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이듬해, 세례는 받은 그녀가 향한 곳은 차가운 땅, 중강진. 그녀는 차가운 땅에서 고통 받던 두 병자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어 대세를 준다. 이 땅에도 이렇게 복음의 전파가 시작되었다.

백 레지나는 김상옥 등과 함께 이 따스함을 널리 퍼뜨리고자 했다. 그들은 곧 공동체를 형성했다.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페트프렌 신부가 그녀의 집에 머물며 전교했다. 곧, 중강진읍 내에서 4명의 신자가 탄생했다. 이후 세례를 받는 이들의 숫자가 늘었다.

중강진에 세워진 커다란 기쁨

1930년 10월 28일, ‘중강진 성당 창설’.

메리놀외전방교회에서 파견된 신부 레오 스위니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다. 시작은 작았다. 중강진 시내의 조그마한 당구장 하나가 임시 성당이 되었고, 초가 한 채가 그들의 사제관이 되었다. 그리고 성장한다.

1931년, 강계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누룩골, 서수덕 등의 공소가 개설되었다. 1933년, 4대 주임 레오 펠로퀸 신부에 의해 빈민 아동을 위한 학교가 세워진다. 그리고 성당 신축이 시작된다. 이듬해, 패트릭 클리어리 신부에 의해 성당은 완공된다.

지방 공소사업 추진. 자성 공소 강당 건립. 공소에 전교사 파견. 구 성당의 수리 개조. 교리 강습소 개설.

중강진 성당의 미래는 밝았다.

중강진 성당의 앞날

1937년, 중강진 성당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신자 211명, 공소 6곳, 교리강습소 1곳, 전교사 2명. 탄탄한 기틀이 다져지고 있었다.

통나무로 지어진 목조 성당에는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고 새로운 싹을 피워내려는 이들의 의지가 녹아있었다. 추위는 갔다. 눈이 녹는다. 너와지붕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고, 군데군데 초록빛 땅이 드러난다. 성당 앞에는 옷소매를 여미는 자그마한 아이들이 보인다. 빨간 코끝이 괜시리 시려오지만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다시 찾아온 중강진의 추위

그러나 봄이 찾아왔던 그 곳에 다시금 혹독한 계절이 다가왔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6대 주임 카펠 신부와 메리놀외전방교회 선교사들이 일본 당국에 의해 체포된다. 그리고 이듬해 추방된다. 성직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중강진 본당은 의주·강계본당의 관할 공소가 되었다.

그리고 1949년 7월, 중강진 공동체를 함께 관할하던 강계본당 주임 석원섭 신부가 피랍되고 끝내 중강진 본당은 그 매서운 눈보라에 더 이상의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매서운 겨울의 흔적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