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 본당(평양교구)

‘선교의 국제적 교류’, 그를 위한 통로

의주는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신자들은 외국인 선교사들을 국내로 안내하거나 북경 교회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인근에 주막을 열고 빈번히 왕래했다. ‘선교사들의 출입 통로’였던 셈이다.

이러한 지역에 1899년, 평북 지방 최초로 의주 공소가 설립된다. 이는 교회 당국의 철저한 계획 아래 파견된 샤플랭 신부의 선교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1911년, 의주 공소는 본당으로 승격된다. 초대 주임으로 서병익 신부가 부임했다. 이후 최응하 회장의 전재산 기부로, 성당을 신축했다. 당시 평안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

상해임시정부로부터 온 그것

의주 본당은 또한 민족의식이 강했던 공동체였다.

1919년 11월 4일. 뮈텔 대주교 주례로 성당봉헌식을 마친 지 한 달 후의 일이다. 성당 안에서 한 문건이 일본 관헌에 발각되어 곤욕을 치르게 됐다.

상해의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온 것이었다.

<천주교 동포에게>라는 제목의 문건.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국내의 천주교 신자들에게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2천만 동포와 행동을 같이해 주기를 호소한다.”

평안도 복음화를 위한 기지

1923년, 평안도의 포교권이 메리놀외방전교회에 주어진다. 의주 본당은 메리놀외방전교회의 평안도 진출의 본거지가 됐다.

2대 주임 클리어리 신부는 해성유치원을 통해 문맹 퇴치에 힘썼다. 그리고 1925년, 캐시디 신부가 마련한 양로원은 평양교구 내 최초의 자선 사업 기관이 됐다.

이후 신부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주일학교 운영, 유치원 및 양로원 확장 등 교회 시설 확충을 위해 힘썼으며, 해성학교는 정식 인가를 받아 운영했다. 또한 메리놀회 수녀들은 시약소, 고아원 개설 등의 자선 사업에 힘썼다.

10여 년간에 걸친 전교활동 결과 의주본당은 사제 1명, 수녀 3명, 유급 선교사 4명, 신자 474명, 예비신자 105명의 교세를 보였다.

의지와는 무관한 현실, 그 참담함

그러나 1941년,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평양교구 내 성직자들이 체포 구금됐다. 1945년에는 해성학교와 유치원이 폐쇄됐다.

하지만 희망이 있었다. 방인 수도회였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분원이 마련되어 수녀들이 양로원 운영과 신심단체 지도를 담당했던 것.

얼어붙는 현실임에도 교세는 1,000여 명에 달했다. 신자들의 신앙은 꺾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산 당국의 감시 하 의주 변문에도 복자 성월 행사가 열렸다. 김교명 신부는 폐허가 된 의주 변문, 그리고 선교사들의 잠입로가 되어주었던 의주성 수구문 일대를 보수하고자 공산 당국과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1950년, 김 신부가 공산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국내외 신앙교류의 연결점이 되어주었던 의주 본당은 이제 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