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본당(평양교구)

‘신자들의 손’에 의해 설립된 공간

‘구네군다’ 김소사가 신의주에 신앙을 전파하고, 서병익 신부가 신의주에 공소를 설립한 이래, 1922년. 신의주가 평안북도 도청 소재지가 되어 교세도 크게 신장했다.

이에 신자들은 합심했다. 초음동에 부지를 마련, 10여 칸의 한옥 성당을 건축했다. 그 해 본당으로 승격됐다.

‘신자들의 손’에 의해 설립된 ‘신의주 본당’이었다.

아름다운 성당

2대 주임 박우철 신부는 진사동에 한·양 절충식 성당 신축 공사에 착수했다.

한식 기와와 목구조. 일부는 서양식 외장, 벽돌조 중층 구조로 되어있는 공간. 외관이 아주 뛰어났다. 본당은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었다.

신의주 성당은 외관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4대 주임 페티프렌 신부는 사제관을 신축하고 본당 교세 신장에 주력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주민’들을 향해 있었다.

가난한 아동들을 위해 야간 학교를 개설했다. 수녀원 신축을 서둘렀다. 의주 메리놀 수녀회 수녀 3명을 초빙하여 시약소와 성모병원을 병설했다. 곧 의료 사업을 전개했다.

그의 의료 사업은 의학 박사인 메르시 수녀와 함께하여 더욱 빛났다.

메르시 수녀의 뛰어난 의술과 헌신적인 빈민 의료는 많은 이들의 영혼과 육신을 구했다. 아울러 그것은 ‘천주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졌다.

빛나는 황금기

‘성심학교 개설, 야학 운영체제 재정비, 성모병원 확장’.

5대 주임 크레이그 신부는 활발한 전교 사업을 이어 나갔다.

신의주 성당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1936년 부활시기에만 새 영세자 200여 명, 견진자 300여 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1년 후, 본당 신자 1,303명과 공소 신자 313명을 합쳐 모두 1,606명에 이르는 신자 수를 기록한다. 일대의 거주민들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이에 분할이 필요했다. 1939년, 성심학교와 마전동 일대를 비롯, 북하동 공소를 제외한 모든 공소를 이곳으로 이관했다.

차디찬 바람의 겨울

하지만, 이듬해 겨울은 너무나 추웠다. 재부임한 페티프렌 신부가 체포됐다. 신부들과 수녀들이 경찰서에 감금됐다.

그 후 1942년, 오기선 신부가 7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여건이 좋지 못했다. 메리놀 외방전교회 신부들은 모두 신의주 본당 세지관에 감금되어있었다. 오 신부는 마전동 본당에 거주하며 신의주의 두 본당과 만주 및 안동의 본당들을 관할했다.

이후 마전동 본당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분원이 신의주 본당으로 옮기며 오 신부 역시 신의주 본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마전동 본당과 신의주 본당이 통합됐다. 오 신부의 의지는 강했고, 신자들은 그를 따라 활기찬 신앙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들려온 차가운 소식, ‘성심학교와 야학의 폐교’.

오 신부는 몰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하지만 불행이었다.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붙잡혔다. 모진 고문을 당했다. 차디찬 겨울바람은 그치지 않고 매섭게 불었다.

광복을 맞았다. 그러나 1949년 공산 정권에 의해 성당과 부속 건물이 몰수당한다. 그리고 그 해 겨울, 본당 회장 이석태의 집에서 기거하며 미사를 봉헌했던 8대 주임 홍건항 신부가 체포됐다.

매서운 바람은 흔적 없이 모든 것을 쓸어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