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 본당(평양교구)

한 신자의 간청

1900년, 세례를 받고 비현 지방의 복음 전파를 시도한 신자가 있었다. 그의 몸과 말에서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는 ‘홍서락’. 그의 집에서 집회를 열었고, 신자 수는 점차 늘어났다. 그는 10년 후 신자 이기당과 함께 뮈텔 주교에게 간청한다. “이곳에 신부님을 보내주십시오.”

뮈텔 주교는 그를 통해 비현 지방 복음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1910년 12월, 비현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됐다.

초대 주임 김윤근 신부가 부임했다. 기와집 20여 칸이 성당으로 탄생했다.

불안정한 공간

그러나 1913년, 2대 주임 이기준 신부가 사리원 본당으로 전임됐다. 비현 본당은 의주 본당 소속 공소로 격하됐다. 그리고 2년 후, 의주 본당에서는 비현 성당과 그 부지마저 매각해버린다. 본당의 실체가 사라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부활을 꿈꿨지만, 한숨만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신자들은 체마동에 기와집 4칸을 매입했다. 그 와중 1922년, 지역 관할이 신이주 본당으로 이관된다.

안정을 찾은 교회

1923년,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평안도에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비현 공소에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1926년, 스위니 신부가 부임함에 따라 다시 본당으로 부활한 것.

비현 본당은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1930년대 5대 주임 한논 신부는 적극적인 교회 활동을 진행했다. 벽돌조 성당을 완공하고, 4년제 초등교육 기관인 학술 강습소를 개원했으며, 비현 가톨릭 운동 연맹 지회를 조직하게 된다. 1928년 80명에 불과했던 신자 수가 어느덧 3,000명에 육박했다.

6대 주임 레이 신부의 부임에 성당은 밝은 나날을 그대로 이어갔다. 1936년, 운향시 본당을 분리한다. 1년 후, 성당 부속 건물들을 신축했으며, 1940년에는 기존 학술 강습소의 명칭을 ‘성심학교’로 바꿨다.

사라진 마지막 신부

하지만 언제까지나 안정적일 수는 없게 됐다. 일제의 교회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 교회 활동이 위축됐다. 광복 이후, 마찬가지였다. 공산 정권의 탄압이 거세졌다.

1946년, 성심학교 폐교.

1947년, 교사 강제 몰수.

끝까지 본당을 지켰던 9대 주임 김동철 신부마저 1950년 6월, 연행되고 말았다. 이어 들려오는 소식은 ‘그가 행방불명됐다’는 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