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시 본당(평양교구)

가난한 농민들의 본당

일본인이 개간한 분이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 그들의 삶에 ‘복음’의 기쁨이 당도했다. 운향시 본당은 곧 ‘농민들의 본당’이었다.

1929년, 유랑 농민들에게 첫 복음의 씨가 뿌려졌다. 신의주 본당 주임 헤티프렌 신부의 선교가 그 시작이었다. 10명의 첫 입교자를 냈다.

1년 후, 그곳은 비현 본당 소속 공소가 됐다. 운향시 공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3년 후 300여 명의 영세자를 냈다. 이에 공소 내 남녀 신심 단체가 조직되고, 지방의 ‘영신학원’을 인수하여 빈민 아동 120여 명을 교육한다.

본당으로서의 첫 시작

신자 수가 급증한 운향시 공소였다.

1936년, 비현 본당에서 분리되어 마침내 본당으로 설정된다.

초대 주임 한논 신부는 ‘교육’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는 교육 기관으로 사용할 학교 건물 69여 평을 건축, 임시 성당으로 사용했다. 또한 사제관을 건축했다. 본당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힘없는 신자들은 그저

그러나 매초가 살얼음판을 거니는 것과 같았던 나날이었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다. 한논 신부를 포함한 모든 메리놀회 성직자들이 체포됐다.

이후 심재덕 신부, 강영걸 신부가 부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자가 농민이었던 운향시 본당은 특히나 더욱 교회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혹한 일제 탄압에 쉽게 맞설 수 없었다.

성가대뿐인 본당

종교 활동은 점차 위축됐다.

1945년, 운향시 본당의 신심 단체는 오로지 ‘성가대’뿐이었다.

신자들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었다.

그 해 가을, 4대 주임 한도준 신부가 기림리 본당으로 전임된다.

운향시 본당은 ‘본당’으로서의 위치를 잃고 비현 본당 소속 공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