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본당(서울대교구)

난관 속 해주행

빌렘 신부는 해주 내 공소를 개설했다. 교세 확장이 이루어졌지만 이는 교회와 향촌 사회 간 갈등을 유발해 교안이 빈번히 발생했다. 교세는 감소했다.

1910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에게 성서를 집행하러 간 빌렘 신부에게 돌아온 것은 ‘2개월 성무 집행 정지 처분’. ‘정치적 문제에 관여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당시 날로 교세가 발전하고 있던 ‘해주’에 눈을 돌렸다. 그곳의 활발한 프로테스탄트 전교 활동도 신경이 쓰였다. 그는 곧 ‘해주행’을 결심한다.

신자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다

이렇게 1912년 설립된 ‘해주 본당’이었다. 초대 주임은 빌렘 신부. 김영석의 초가집 ‘남욱정’에서 출발했다. 성당 신축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그렇게 시작조차 못한 채 빌렘 신부는 1914년 프랑스로 귀국한다.

본당의 신부는 공석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장연 본당 관할 공소로 격하됐다.

1920년, 장연 본당의 김명제 신부는 해주 공소에 유치학교를 설립했다. 어린이들에게 한글과 교리를 가르쳤다. 공소 청년 신자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모든 신자들이 ‘본당의 승격’을 바라고 또 바랐다. 신자들의 뜨거운 간절함이 와 닿았을까. 해주공소는 폐지 13년 만인 1926년, 본당으로 재 승격된다.

‘성당 신축’의 필요성, 그를 위한 노력

2대 주임 이순성 신부는 서영정에 사제관을 지었다. 번거로운 일이 있었으니, ‘쪼개어진 미사 장소’였다. 평일 미사는 서영정, 주말 미사는 남욱정에서 진행됐던 것. 이 신부는 성당 신축을 서둘렀다. 그와 동시에 주말마다 특별 강론을, 강소에서는 교리 강의를 한 결과 교세가 확장됐다. 그러나 그는 끝내 성당 건축을 하지 못한 채 1928년 은율 본당으로 전임된다.

서기창 신부는 이 신부가 이루지 못한 성당 건축 사업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벽돌 성당 건축 공사였다. 경험이 많은 중국인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서 신부는 1929년 백동 본당으로 전임되어 공사는 1931년, 4대 주임 구천우 신부의 재임시절에서야 마무리됐다.

해주 본당의 밝은 날들

해주 본당은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후 담당 신부들은 교세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성가대 발족, 가톨릭 소년단의 결성, 대대적인 성당 보구 공사 진행, 주보 <편신>의 발간, 청년회의 활성화.

교세가 확장됐다. 이에 1937년, 1939년 각각 연안 본당, 옹진 본당을 분리·설립한다. 또한 폐지되었던 유치원을 다시 개원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들이 월남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

하지만 8.15해방 이후 9대 주임 김철규 신부는 하루도 편치 못했다. 노동당 간부들로부터의 공산당 입당 권유가 끊이지 않았다. 그의 거절에도 불구, 회유는 끈질기게도 이어졌다.

김 신부는 1946년 월남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는 곧 해주 형무소에 수감됐다. 수감 중에도 노동당의 설득이 계속되자 그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협조하는 ‘척’을 하는 것. 이렇게 그는 42일 만에 석방된다. 이듬해 가을, 낚시꾼으로 위장한 뒤 배를 타고 월남한다.

이 시기 월남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것은 ‘신앙의 자유를 찾고자 함’이었다.

해주는 이들의 길목이었다.

10대 주임 한윤승 신부는 생사의 길목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으려 하는 이들을 도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감시가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한 신부는 모함아래 그들의 시나리오에 얽혀 버렸다.

‘반공 삐라 사건의 배후 인물’. 그것이 그의 배역이었다.

한 신부의 체포. 그 후 해주 본당은 더 이상 신자들을 도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