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본당(평양교구)

선교사들의 한국어 학교

저 멀리 건너온 선교사들은 한국의 언어, 풍습 등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영유’에서 행해졌다.

영유 본당은 성당 뿐 아닌, ‘교육’에 앞서는 공간이었다.

영유의 사도, 조상순

이러한 영유 지역의 복음화는 ‘한학자 조상순’으로부터 시작됐다.

1895년, 조상순은 세례를 받고 선교를 시작한다. 그로 인한 신앙 공동체가 형성됐다. 그는 자신의 사가에 공소를 마련한다. 이후 신자수가 증가했다.

영유 본당으로서의 시작

1902년 섶가지 본당 2대 주임 멩 신부가 말했다.

“군청이 있는 영유로 본당을 이전하는 것이 앞으로의 교회 발전을 위해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판단대로 영유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하고, 섶가지 본당을 영유 본당의 관할 공소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1908년, ‘영청학교의 설립’.

이는 영유 지방 최초의 교육 기관이었다. 그리고 이는 영유 본당의 중심 사업을 이끌게 된다.

이어 부임한 2대 주임 보댕 신부는 ‘피정’을 실시한다. 본당 회장 및 전교사들의 체계적 교리 교육과 신심 함양이 그의 의도였다.

침체기, 그리고 되찾은 활기

그러나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보댕 신부가 본국으로 귀국함에 따라 의주 본당의 서병익 신부가 사목을 담당했다.

영청학교는 어느덧 폐교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침체의 시기였다.

하지만 1919년 3대 주임 박우철 신부의 부임과 함께 본당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그는 적극적이었다. ‘영청학교의 6년제 보통학교 개편’, ‘청년회·안나회 등의 신심 단체 조직’, 체계적 사목을 위한 ‘공무회 결성’.

웃음기 어린 나날

그러던 1922년,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평안도 지역의 포교권을 위임받는다. 그리고 2년 뒤 4대 주임으로 모리스 신부가 부임한다.

모리스 신부는 박우철 신부의 성당 신축 계획을 이어 추진했다. 그 결과 고딕식 연와제 성당이 완공됐다. 성당은 아름다웠다.

메리놀외방수녀회 한국 지부로 지정된 영유 수녀원의 수녀들은 시약소, 고아원을 설치하고 개설했다. 열 명 내의 회원들이 항상 머물며 빈민 구제에 힘썼다.

그리고 이듬해 설립된 기관이 있었으니, ‘여자기예학교’다.

평양교구 내 단 하나뿐이었다. 12~19세에 이르는 여학생 50명을 모집해 교육했다. 자수, 교리, 국어, 일어, 산수 등을 가르쳤다. 수업료는 ‘전원 면제’. 학생들이 놓은 수로 인해 생긴 수익금은 모두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이후 본당은 여러 명의 주임 신부들을 거쳤다. 신부들은 언제나 교회의 안정과 발전을 1순위에 두었다.

사라져가는

하지만 어느새 웃음기는 그쳤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평양교구 내 메리놀회 성직자들이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영유 본당은 마산 본당 관할 공소로 격하됐다. 하지만 잠시 뿐, 평양교구 재정비에 1942년 신부들이 재부임하며 다시 본당으로 승격한다.

신자들은 활기를 찾았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교무금을 납부했다. 그들의 열성과 희생은 교회를 살리기 위한 간절한 몸짓이었다.

그러나 광복 후 공산 정권의 교회 탄압이 거세졌다. 말간 웃음기는 사라져갔다.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