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림리 본당(평양교구)

모란봉 언덕 아래 요양원에서 평양 서부의 본당으로

평양의 주교좌 본당인 관후리 본당의 규모가 커졌다. 본당 분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곧 평양의 서부가 택해졌다. 모란봉 언덕 아래에 있던 요양원이 마침내 1940년 1월에 ‘기림리 본당’으로 자리 잡았다.

끊어질 듯 끊이지 않았던-

기림리 본당의 위태함은 항상 존재했다.

초대 본당 신부 클리어리 신부가 태평양 전쟁 발발로 인해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당했다. 이후 한국인 성직자들의 사목으로 본당은 유지되었다.

그러나 김교명 신부 이후 기림리 본당의 신부가 부재했다.

신부의 공백기를 딛고 1943년 홍도근 신부가 부임한다. 일제의 가톨릭 탄압은 그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생각했다. ‘교회의 안전’과 ‘신자들의 자립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그는 곧 남녀 청년회, 부인회, 성모성심회, 탈시시오 복사회 등 각종 신심단체를 조직하여 신자들의 꿋꿋한 신앙생활을 도왔다.

이후 1945년 한도준 신부, 그리고 1946년 조문국 신부가 부임한다. 조문국 신부의 시선은 ‘자율적인 신앙’에 있었다. 강제성을 전혀 띠지 않는, 사제의 손길이 자주 닿지 않아도 되는, 그들 마음으로부터 스스로 우러나오게끔 하는, 그런 자율적 신심 활동을 중점에 두었다. 그렇게 본당의 활성화를 바라고 바랐다.

하지만 날로 혹심해지는 공산 정권의 박해. 1948년 부임한 이재호 신부는 숨 막히는 감시 아래 조심스러운, 그러나 단단하게 뿌리내린 선교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멈추어버린 호흡

하지만 영원한 생명이란 없었다.

1949년 12월, 기림리 본당은 정치 보위부 요원들에 의해 그 숨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