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후리 본당(평양교구)

평양에 불어온 가톨릭의 바람

1866년, 가톨릭교 탄압의 교령이 내려졌다. 계속되는 암흑. 3년 전 평안도에 불어온 가톨릭의 바람, 이제는 더 이상 불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15년 후.

1881년 김기호 요한의 전교로 평양에는 또 다시 가톨릭의 바람이 불어왔다. 곧 이곳은 황해도 수안 본당 관할 공소가 되었다. 많은 이들은 희망을 가졌다.

그러던 1895년 가을의 어느 날, 평양 성 밖 산명모루. 조신종의 집에서는 공소예절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안 본당 주임을 책임지던 르 장드르 신부가 말했다.

“본당 설립을 합시다.”

‘평양 성당’의 느린 발걸음

1896년 평안도 지역을 담당할 평양본당이 설정됐다. 르 장드르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임명되었다.

교세는 지극히 미약했다. 전국의 교우 수는 약 3만여 명. 그에 비해 평안도에 있는 8개 공소를 합친 교우의 수는 모두 440여 명이 채 못 되었다.

천주교인. 그들은 제대로 된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

...동학당, 천도교인, 마리아교인.

그러던 어느날, 르 장드르 신부는 뮈텔 주교의 명을 받는다. 1898년 5월, 평양 본당은 평양 시내 중심지로 자리를 이전한다.

‘평양의 중심 본당’으로서의 새 출발

1900년 봄. 폭 24척, 길이 81척, 종각 높이 57척의 고딕식 연와조 성당이 완공된다. 봉헌식이 거행되던 날, 평양 가톨릭 선교의 전기는 마련되었다.

르 장드르 신부를 이어 부임한 르 메르 신부는 약 20여 년을 평양본당과 함께 한다.

1905년, 초등교육기관 기명학교 개설. 1906년, 성모여학교 개설. 1909년, 샬트르 성 바오로회 수녀 초빙. 교육과 전교 전담. 1923년, 전교와 자선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성모시잉모태회’ 발족. 본당 발전의 기틀이 세워졌다.

그 결과 신자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리고 1927년 3월 17일. 평안 남·북도를 관할하는 평양지목구가 설정되며 평양성당은 ‘중심 본당’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디딘다.

그리고 1934년, 평양성당은 새 이름으로 불리운다. ‘관후리 본당’이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침묵의 성당

가톨릭의 바람은 더 넓고 더 높은 곳을 향했다. 1943년 ‘주교좌 성당’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순조로운 바람 뿐은 아니었다.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1944년 말, 관후리 주교좌 성당은 일본군에 강제 징발된다.

그리고 해방 뒤 되찾은 가톨릭의 공간. 그러나 공간은 헐렸다. 1948년 성모학교가, 이듬해 성당이 인민위원회에 각각 몰수된다. 그리고 1950년 전쟁의 비극은 이 공간도 피해갈 수 없었다.

평양에 부는 가톨릭의 바람은 멈추었고, 공간은 곧 잿더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