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본당(서울대교구) 

신자들의 ‘보호자’

해방 후의 옹진읍은 국민과 인민군의 충돌이 빈번한 지역이었다.

많은 신자들이 월남을 시도했다.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옹진 본당의 4대 주임 유봉구 신부는 언제나 옹진 경찰서로 향했다.

월남하다 잡힌 신자들에게 신원 보증을 해주어 석방시키기 위함이었다.

불안한 치세 속, 옹진 본당을 둘러싼 주변은 마치 차가운 얼음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함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신자들을 보호하려는 신부, 그 마음만은 온기가 충분했다.

옹진에 세워진 공간

옹진 본영에 첫 공소가 세워진 때는 1899년. 청계동 본당의 빌렘 신부에 의한 설립이었다. 그리고 이는 곧 청계동 본당, 장연 본당에 이어 해주 본당 관할이 됐다.

옹진 공소가 세워진 지 약 40년 후, ‘옹진 본당’으로의 승격이 이루어졌다.

초대 주임 김피득 신부는 옹진읍의 중심지인 온천리에 성당과 사제관을 짓고 본당을 이전했다. 모두가 순조로운 새 출발이라 여겼다.

그러나 김 신부가 이천 본당으로 전임되며 옹진 본당의 주임 신부 자리는 비게 됐다. 또 다시 해주 본당 관할이 됐다.

본당의 짧은 호흡

이후 세월이 흘러 광복을 맞이했다. 그리고 해방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기도 전에 남북이 분단됐다. 옹진 본당은 38선 이남에 속했다.

1947년, 2대 주임 방영석 신부가 지병이었던 폐결핵의 악화로 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에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부스 신부와 치섬 신부가 본당 신부로 파견됐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을 뿐, 부스 신부와 치섬 신부가 각각 평택 본당, 서울 주교관으로 전임됨에 따라 4대 주임으로 유봉구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월남에 실패한 신자들을 보호하고는 했다.

전쟁, 무자비한 그것

얼마 뒤 일어난 ‘한국 전쟁의 발발’. 전쟁은 모든 부정적 상황을 악화시켰다.

5대 주임 이계광 신부는 서둘러 피난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40리 떨어진 사곶리 공소로 가 후퇴하는 경찰관들과 함께 목선을 탔다. 신자들과 함께 무사히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신부는 그 후 UN군의 진격과 함께 옹진 본당에 복귀하려 했다. 그러나 사리원에서 사태를 관망하던 중, 접한 ‘1·4 후퇴’.

옹진에는 가지 못했다.

옹진 본당의 호흡을 되살리기 위한 기회,

끊어진 호흡을 확인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

이후 1953년, 한국 전쟁의 휴전. 옹진읍은 이북에 속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