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본당(평양교구)

평안도 복음화의 못자리, 중화의 공소들

중화 지방은 가톨릭의 평안도 진출에 있어 일종의 관문과도 같았다.

1864년,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를 순회하며 전교하던 이들이 있었으니,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와 전교회장 김기호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목재리에 공소가 설립됐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났다. 교우들은 모두 흩어졌고 공소는 폐쇄됐다. 하지만 이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자 여러 지역에 공소가 개설됐고, 이들은 모두 사리원 본당에 이어 진남포 본당 관할 공소로 편입된다.

‘공소’를 넘어 본당으로

하지만 중화 지방은 ‘공소’의 단계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1923년, 마침내 미국의 메리놀회가 평안도 지역을 관할하기 시작했다. 메리놀회의 치셤 신부가 1926년 중화 읍내로 파견됐다. ‘본당 창설’이 그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그 목적이 실현됐다. ‘중화 본당’이 창설됐다.

‘교육’과 ‘전교’의 상호작용

1934년, 가톨릭 운동이 전개된다. 평양교구 내 각 본당이 가톨릭 운동 연맹 지회를 조직했다. 중화본당도 뒤를 따랐다. 허나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유아 문맹 퇴치 사업, 신자 자녀의 주일학교 교육이 그것이었다.

교육에 총력을 다했던 중화 본당. 4대 주임 강영걸 신부는 ‘성심학원’과 ‘성심유치원’을 개설한다. 신자들과 읍민들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컸다. 이에 점차 발전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천주교’에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위기, 극복, 그리고 위기

위기가 찾아왔다. 1941년 겨울, 태평양 전쟁의 발발. 6대 주임 부드 신부는 평양교구 내 메리놀 회원들과 함께 일제에 체포되고, 중화 본당은 잠시 대신리 본당 관할로 편입됐다.

하지만 1942년 7대 주임 박용옥 신부가 부임하며 중화 본당의 재출발을 기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재출발의 기약은 ‘기약’으로만 끝이 나야 했다. 전쟁의 전세가 불리해진 일본은 종교 탄압을 더욱 가중시켰다.

8대 주임 심재덕 신부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광복 후 성심학원은 4년제 초등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교회는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활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47년, 성심학원이 폐교된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원인 불명의 화재’였다.

무너져버린 마지막 의지

그 와중에 교회에 대한 북한 정권의 탄압이 가중됐다. 10대 주임 강현홍 신부가 1949년 월남했다. 평양 주교관에서 휴양 중이던 장두봉 신부가 강 신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본당을 방문해 미사를 접전했다.

하지만 추위가 무성했던 12월 겨울, 장 신부마저 북한 정권에 체포된다.

덕원 신학교의 폐쇄로 귀가해있던 신학생 지학순은 홀로 성당을 지켰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의 간절함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끝이 났다.

1950년, 중화본당은 그렇게 ‘전쟁’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