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남포 본당(평양교구)

앞날을 내다 본 선견지명

대동강변을 따라 이어진 평남선 철도의 종점, 진남포.

1897년 개항된 작은 도시의 미래를 내다 본 이들이 있었으니, 파리외방전교회의 빌렘 신부와 선교사 홍석구 신부였다. 그들은 용정리 일대의 1만여 평의 땅을 사들였고 그 땅은 곧 공소가 됐다. 그리고 1900년, 제3의 무역도시로 성장한 진남포와 함께 공소는 본당으로 승격된다.

‘교육’이 최선이다

초대 주임 포리 신부에 의해 설립된 ‘돈의학교’, 2대 주임 르레드 신부에 의해 설립된 ‘지정여학교’와 ‘마리아유치원’. 그리고 이후 설립되는 ‘해성학교’와 ‘성심학원’.

진남포 본당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행에 옮겼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본당의 교육 사업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수녀들과 1909년부터 1945년까지의 약 36년의 세월을 함께 한다.

잠시간의 침체기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르레드 신부가 본국으로 소환됐다. 장장 6년의 세월이었다. 진남포 본당에는 신부의 공석만이 자리했다.

아프다- 하고 달려오면 친절히 약을 건네주던 외국인 신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성탄대축일 자정미사 후 따뜻한 정과 음식이 가득했던 잔치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찾은 활기 - 다양한 전교 활동

하지만 어둠이 온 후엔 어김없이 해가 떠오르듯 진남포 본당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3대 주임 신성우 신부는 가톨릭 청년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4대 주임 뤼카 신부는 마리아유치원 유치부를 분리해 해성학원으로 개칭, 남자부의 운영은 신자 유지들에게 일임했다.

그러던 1923년, 메리놀회가 평안도 전역의 사목을 관할하게 됨에 메리놀회 선교사들이 본당의 주임 신부로 부임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1926년 더피 신부가 5대 주임으로 부임한다. 그는 다양한 전교 방식을 내세웠다.

‘전교사 양성, 교육기관의 시설 보강, 소년 단체와 성가대 발족, 교회 연구반 신설, 신자들의 가정 방문 전교, 상본 진열을 통한 시각적 유인.’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가졌다.

도약의 시대

이에 1927년, 진남포 본당은 도약의 시대를 맞이한다. 6대 주임 스위니 신부는 해성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며 100여 평의 교사를 신축하고 4년제 사립학교 인가를 얻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본당과 공소에 야학을 개설했다. 아동 교육, 문맹 퇴치, 인재 발굴에 힘썼다. ‘연중무휴’ 교리 강습이 계속됐다. 시약소, 양로원도 운영됐다. 교세는 급속한 증가를 보였고 곧 8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전이 신축됐다.

진남포 본당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교세 신장률을 보였다. 1934년, 신자 수는 1,800여 명에 이르렀다.

버티고 버텼으나-

그러나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941년 태평양 전쟁 발발로 인해 평양교구 내 메리놀회 회원들이 일제에 체포, 구금된다. 9대 주임 양기섭 신부는 소화병원을 개설하는 등 1945년까지 전력을 다해 사목활동을 하지만, 광복 후 소화병원은 폐원되며 샬트르 성 바오로회 수녀들도 서울 본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북한 정권의 교회 탄압이 점차 가중되고, 많은 신자들이 월남했다. 한국 전쟁 하루 전인 1950년 6월 24일, 공산 정권에 의해 조 신부가 체포된다. 신자들의 노력에 의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진남포 본당이었다. 캐롤 신부를 중심으로 교회 복구 작업을 펼치지만 본당은 결국 공산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그것이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