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본당 (덕원 자치 수도원구)

새로운 도시, 낯선 시작

강화도조약에 의해 개항된 도시, 원산. 1884년, 이 신흥 도시에 공소가 설립됐다. 신자수는 단 20명. 그리고 2년 후 체결된 한불조약. 이듬해 드게트 신부에 의해 ‘원산 본당’은 그 이름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낯설었다. 주민들에게 프랑스 신부들은 그저 ‘외부인’일 뿐이었다.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리고 어느 날, 지방관의 자의적 횡포로 인해 드게트 신부가 관가에 체포당한다.

신부의 공석 상태. 곧 원산 본당은 안변 본당과 잠시 통합되어 유지되다가 이후 다시 분할된다.

‘불안’

2대 주임 마라발 신부는 교회의 재건을 위해 수없이 노력했다. 북쪽 지역까지 전교하려 했지만 재정이 부족했다. 그러나 4대 주임 브레 신부의 재임 시절, 교세가 약 10년 새 7배 확장됐다. 교회 활동은 더욱 더 활발해졌다.

하지만 교세 팽창의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붙는 것이 있었다.

‘교안. 신자와 외교인과의 분쟁.’

언제나 우려하던 바였다. 불안했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한 듯 1895년, 브레신부의 ‘발포 사건’이 터진다. 그는 원산 성당 부지에 무단 침입한 주민 배중현에게 발포하여 위협하다 중상을 입혔고, 이 사건은 교회와 선교사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켰다. 브레 신부는 곧 서울로 전임됐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뒤를 이은 베르모렐 신부는 간도 지방의 첫 교우인 김영렬을 이끌어 지역에 복음을 전파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함경북도 회령에 새 공동체를 설립할 수 있었다.

한편 1897년, 브레 신부가 돌아온다. 실추된 선교사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다. 전교에 중점을 둔 사목 활동에 힘을 쏟았다. 그는 신중했다. 교안 사건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허나 이후 라리보, 투르니에, 데예 3명의 주임 신부가 재임하였으나 모두 본당을 떠나거나 사망했다.

안도의 한 숨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했던 원산 본당이었다. 10대 주임 프와요 신부가 부임한 이후, 드디어 ‘안정기’를 맞이했다. 프와요 신부는 프로테스탄트와 경쟁적인 선교 활동을 벌였다. 그는 또한 유아, 교육 사업에 앞장섰다.

1920년, 원산교구가 설정됐다. 베네딕도회가 1921년 서울교구로부터 함경도 지역의 본당 사목을 인수, 곧 11대 주임으로 에카르트 신부가 부임했다. 그리고 원산 본당은 주교좌 본당이 됐다.

에카르트 신부는 시야를 넓게 가졌다. 1921년 서울에서 오병주를 초빙하여 본당 구내에 빈민 아동 교육을 위한 무료 강습소를 개설했다. 이는 이듬해 4년제 남녀 보통학교인 해성학교로 발전했다.

1937년에는 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현대식 성당이 완공된다. 7년의 시간이 투자된 곳이었다. 이후 포교 성 버네딕도 수녀회의 수녀들에 의해 본당 내 야학, 시약소, 노인과 아동을 위한 교리 강습소, 해성유치원 등이 개설되고 운영된다.

역사 속 저편으로

드디어 안정된 공간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이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광복 이후 북한 공산 정권의 종교 탄압이 거세졌다. 1949년, 교구장 사우어 주교, 덕원 성 베네딕도 수도원 원장 로트 신부 등이 체포된 데 이어 본당 주임 담 신부, 보좌 노이기르크 신부가 체포됐다. 모든 교회 재산이 몰수당했다. 원산 본당은 곧 침묵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