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본당(춘천교구)

깊은 산골서 간직한-

병인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수난을 당했다.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대로 몸을 피했다. 그 곳에 위협은 없었다. 신앙생활에 자유가 보였다.

1876년, 처음으로 모여 성사를 받았다. 산 속에 가두어져 있었을 것만 같던 신앙은 어느덧 바깥세상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천 본당의 설립과 성장

1884년 4월, 이천 섭골에 거주하던 드게트 신부에 의해 ‘이천 본당’이 설립된다. 그리고 그의 후임 푸아넬 신부가 본격적 전교 활동을 전개한다.

이천 섭골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12개의 작은 마을에는 사목에 대한 열성이 넘쳤다. 푸아넬 신부는 생각했다. ‘산촌의 구석구석마다 천주교 촌란이 들어설 것이며, 천주교회는 이곳에서 성장을 도모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되어가는 것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1987년 주임을 맡았던 쿠데르 신부는 이천을 중심으로 강원도, 함경도, 평안도까지 모두 28개의 공소를 관할했다. 신자 수가 크게 증가했고, 그는 곧 본당을 염산리로 이전한다.

뒤테르트르 신부, 행운과 불운의 공존

1892년 뒤테르트르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이듬해 겨울, 성당 신축 공사를 착수한다. 신자들은 엄동설한에 눈 속을 헤쳐 필요한 나무들을 베어 운반했다. 목수와 석공들을 고용해 성당 건축에 나섰다. 다음해 8월 15일 성당이 완공됐다. 신자들의 열정어린 마음이 오롯이 담긴 성당이었다. 첫 미사가 행해졌다.

한편 성당 건축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 동학도들이 부근에 속출했다. 뒤테르트르 신부는 유럽식 장비를 갖춘 6명의 포수들을 보내 관군을 지원했고 이들은 관군이 동학군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는 입교자수의 현저한 증가를 불러왔다. 그 결과 1896년, 포내 본당을 부활시킨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담당 사목 지역이 줄어들게 되자, 뒤테르트르 신부가 두 차례의 교안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1900년 11월, 이천군 귀당에 사는 김순식, 김응섭 등이 성당을 파괴하고 뒤테르트르 신부를 폭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원주에서는 뒤테르트르 신부가 강원도 관찰부에 함부로 들어가서 관에 압력을 가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동안 본당 발전을 위해 헌신하던 뒤테르트르 신부였다. 그는 공소 순방 중에 성홍열에 감염되어 1904년 선종한다.

신부들의 노력-화려하게 피워낸 신앙의 꽃

이후 1904년 루케트 신부가 부임했다. 그는 외교인들로 구성된 마을을 복음화 하고자 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1908년 망답으로 본당을 이전하고 성당과 사제관을 건립했다. 또한 평강 구역에 두 개의 신식학교를 세워 신자들의 교육에도 열을 올렸다.

신부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어느덧 때는 1915년, 김윤근 신부가 부임한다. 성당이 좁아 신자들이 불편을 겪자 1919년, 한옥 성당 28칸과 사제관 20칸을 신축했다. 그와 더불어 청년회, 애련회, 루르드회, 소년 소배회 등 많은 신심 단체를 조직하여 본당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1922년 당시 망답 본당의 공소는 20개, 교우는 1,591명에 달했고, 공소마다 경당이 있었다. 뮈텔 주교는 1922년 사목 방문하여 봉헌된 새 성당을 축성하였으며, 226명의 신자들에게 견진성사를 주었다. 이후 피숑, 정원진 신부 등 여러 신부들이 그 노력을 이어갔다.

빛나는 청년회, 그리고 이천 성당과의 작별

그저 산간벽지에 있는 작은 본당이었다. 하지만 그 안의 청년회는 <경향잡지>에 그 활동 내용이 소개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때는 1934년, 청년회의 한 회원이 중병에 걸려 농사일을 돌보지 못하게 되자, 회원들이 주일 오후 파공 면제를 얻어 농사일을 그 대신 해주었고, 기본금을 마련하고자 논 5백 평을 소작지로 얻어 공동 경작했다. 수확의 일부는 고아원과 용산신학교에 기부했고, 나머지는 청년회 기본금으로 적립했다. 이듬해에는 죽음을 앞둔 아이와 부녀자에게 대세를 준 후 장례까지 치러줬다. 그들의 이야기는 인근 외교인들을 감동시켰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천 성당은 후에 읍내로 이전하게 된다. 그리고 1939년 춘천교구가 설정됨에 따라 이에 편입되는데, 1945년 광복 후 38도선이 설치됨과 동시에 더 이상 이천 본당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