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본당 (서울대교구 황해남도)

복음의 상륙지

1877년, 연백 지방에 첫 발을 디딘 선교사들이 있었으니,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 로베르 신부, 두세 신부였다.

박해 시대, 선교사들은 서해 해로를 통해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연백’은 그 주요 상륙지 중 하나였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

연백 군청 소재지였던 연안읍, 그 곳에 공소가 설립된 것은 1900년. 청계동 본당의 빌렘 신부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신자는 16명, 예비 신자는 94명.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관속들의 악의, 부상들의 협박이 이어졌다.

결국 얼마 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연안 본당의 설립, 위기, 그리고 부활

이후 1938년, 연안 본당이 설립된다. 초대 주임은 조인원 신부. 조 신부는 성당과 사제관을 신축했다. 그리고 읍내 유지 부인들을 재봉 강습회를 개최했다. 반응이 좋았다. 이에 일본어, 중국어 강습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 사목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1942년, 조 신부가 안주 본당으로 전임되며 연안 본당의 주임 신부는 공석 상태로 남았다. 공소로의 격하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듬해 이희연 신부의 부임과 함께 본당으로 부활한다.

고아들을 사랑한 신부

연안 성당에는 언제나 고아들을 위했던 신부가 있었다. 그는 3대 주임 김영식 신부.

광복 이후 시대 상황은 마치 거친 안개 속 같았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김 신부는 아이들을 돌보기를 원했다.

성모원을 준공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건축비가 부족했다. 네 차례의 중단 상황이 왔다. 하지만 그의 포기는 없었다. 공사가 완료됐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다가온 한국전쟁. 김 신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인천과 천호동 일대를 전전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주일간을 걸어 본당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유엔군의 후퇴로 그 해 겨울, 다시 피난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그였다. 그는 곧 월남했다.

아이들을 챙기던 신부의 모습은 기억, 그리고 기록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연안본당 역시 침묵의 길로 갈 뿐이었다.